구정환칼럼[ 자연에서 배워야 ]
구정환칼럼
2022 0416
[ 자연에서 배워야 ]
역시 살만한 세상이다. 해마다 [산벚꽃]이 핀다. 지금이 한창이다.
계곡에 있는 작은 암자를 포근히 감싸듯 피어 있다. 정겹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산 동네 둘레길에 까치집 세 둥지가 한 나무에 매달려 있은지 꾀 오래됐다. 최근에 반대편의 키 큰 나무위에 두개의 까치집이 새로 생겼다. 저것들이 재건축을 한게 아니라 새터에 신축을 한 것이다.
까치는 1년 짜리 새 집을 매년 짓는다. 1년 살고 버리는 것이 까치집이다. 한곳에 머무는 습성을 가진 까치가 매년 새 집을 짓는 것은,헌 둥지가 기생충 때문에 재사용을 하지 못해서다.
나뭇가지 수천개를 물어와 엮고, 그 안에 풀과 진흙 그리고 자기 솜털까지 뽑고 깔아 만든게 까치집이다. 여름날 비바람이 몰아쳐도 빗물이 새는 일이 없다. 뛰어난 건축가다. 창의적으로 집을 지으며 과학적 원리를 총동원해 지었다.
영화 제목[건축학개론]을 빗대자면 [건축학 원론]에 의해 설계도면도 없이 " 물 안새는 집"을 지어 산다. 머리 좀 나쁘다고 "새 대가리"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그건 까치의 머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오늘날은, 푸르지오 라는 이름으로 아파트를 지어,분양하고 있지만...초창기 시절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우리 회사는 당시 한채의 아파트도 지어 분양해 본 일도 없었고 아무도 그런 시시한(?)일을 맡으려 하지도 않던 시절에, 갓 중역이 된 나는 마땅한 보직이 없어 불안해 하다, 별안간 아파트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서를 들고 눈물로(?) 호소하다 싶이 톱을 설득해, 실패할 경우 그만둘 각오로 주택사업 본부장을 맡았다. 각기 다른 많은 분야의 기술자들 도움으로[ 건달 ]노릇할 때다.
새로 분양한 아파트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물이 샌다]는 것이다. 출근만 하면 전화받는 비서 얼굴이 벌겋고, 갖은 비난과 험담을 듣고 살았다.
수재들만 간다는 존심 높은 s대 공대 출신이 주력이고 숫자로는 H공대가 대부분 인데... 어느날 회의장에서 드디어 폭발...야 이 [새대가리]보다 못한 놈들아... 어쩌고.그중 졸업할때 [과 수석]했다는 놈이
'새 집은 으례 좀 샘니 다 '해서 웃다 울다한 기억이 난다.
학교 성적도 안 좋은 내가 이 나라 최고 수재들을 겁도 없이 새대가리라 한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러나+그런데도, 까치집은 물이 새지 않는다는 것과 아파트의 민원중가장 많은게, 물이 샌다는 방수하자 민원이다.
가우디*는 아름다운 형태는 구조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하는데, 이는 [자연]으로 부터 배워야 한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어느새 땀이 다 식었다.
가야할 산길이 바쁘다.
⛏️산객
*가우디Antoni Gaudi(1852- 1926)
에스파냐 건축가.
파밀리아 성당이 그의 역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