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사범

김원조 진주에서 달리다

고향길 2011. 12. 3. 19:28

 

늦가을 진양호 호반에서 네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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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진양호 호반에서 네 시간 여행

 

마라도너 김원조

 

09시 30분경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달리기에는 참 좋은 날씨다 아니 호반에서 커피마시면서 물결을 바라봄도 좋겠다. 긴 소매의 상의로 준비 한다. 늦가을의 물가라서, 10:00에 출발 ! 2분쯤 늦게 출발이다. 출발선 지나 앞을 보니 후미가 한 400 m 앞을 달리고 있다.

 

녹 색 풍선은 더 멀리서 눈에 들어온다. 넓은 주로 혼자서 달리니 기분 좋다. 약간의 내리막길 보폭 수를 늘려간다. 풍선 하나를 앞서고 제수문을 지난다. 두 번째를 앞서고 이어서 또 하나를 앞서니 4Km 지점 표시판이 보인다. 넓은 진양호의 풍경이 펼쳐진다. 전봇대 대여섯 앞에 풍선이 가고 있다 . 3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인가 너무 빨리 달려 왔구나. 나중에 대가를 톡톡 치르게 되겠네.

 

엷은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에 눈길 주며 즐겁게 달린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 H2O의 길을 막아 진양호 만드니 덩달아 생긴 진수교, 대평교, 대관교, 중 첫 번 만나는 교량 위에서 ‘체간 달리기’의 연습을 시도해본다. 모퉁이 도는 물굽이 잡힌 길에선 평소대로 임하고, 평탄한 길에선 체간달리기 훈련을 반복 시도한다..

 

12km 지난 후 400여m의 바느고개를 저단 기어로 오른다. 중간쯤에서 젊은이 3-4명을 앞선다. 고개 넘어 내리막 아직도 가쁜 숨 고르지 못해 가속할 수 없다. 평탄한 길에 이르러서야 평상으로 돌아온다.. 기둥 네 개 지붕 하나 이름 하여 ‘물안개 전망대‘를 오른편에 두고 좌로 돈다.

 

16Km 지나 대평교에 오르니 오른쪽 멀리 대평 이주마을이 , 옛 마을 터는 물에 잠기고 새로 조성한 동네,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감싼 마을, 양지에 평온함이 깃든 이 아름다운 경관을 갖춘 곳에 , 네모잽이가 아닌 고래 등 같은 기와집 몇 채에 초가 몇을 어울리게 하였으면 보다 아름답고 자연과 어울릴 것인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진양호 물 아래는 옛 마을 터, 어릴 적 그곳에서 자란 친구들 어제도 눈가에 물기를 머금더라. 대평교 지나자마자 왼쪽에 있는 ‘청동기 문화박물관’ 옛 가야의 철기 문화와 관련이 있는 건가. 자동차 끌고 와서 공부 좀 해야지. 그 옆의 딸기 농사 비닐하우스 , 충실한 열매가 많이 열리기를 바라며 갈 길을 간다. 아직도 200-300m 전방에 풍선이 앞서 간다. 저 풍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려온 오늘, 훈련 한번 제대로 한다. 선도 차량과 1위 주자가 좌측을 스쳐간다. 대평마을과 관정리를 잇는 대관교 앞, 목화시배지와 오늘의 반환점이 있는 ‘산청군 단성면’의 표시판 . 산청군에 들어선다.

 

대평교 왼편의 깊은 바다색 강물은 우로 돌아 이어지다가 산속에 숨어버리더니 대관교 아래에서 나타나, 그리고 오른쪽 강 상류를 향하여 이어지네. 삼거리에서 좌로 도니 20km 지점. 어린이의 응원에 손 흔들며 미소 보내고 뭐가 그리 바쁜지 좇기 듯 달린다.[오늘 중 몸 상태 최고] 길 양편에 걸어둔 시레기[무우 청] 의 풋풋하고 구수한 냄새 어릴 적 무쇠 솥 시레기 된장국 생각에 군침이 돈다. 반환점 돌아 지나온 길 되짚어간다. 땀이 뺀다. 흐르는 땀은 없다. 자원봉사 하는 학생들 ‘멋져요, 멋있어요, 오빠다 오빠.’ 갑자기 백발 오빠가 된다. 파월젤 하나에 물 한 모금 , ‘수고하시라’ 인사 전하고 발길을 돌리니 산그늘이다 반갑기도 하다. 바느고개 되 넘어오니 풍선이 다시 보이 네 내가 빠른가. 아닌데 점점 가까워 지네 . 걷고 있다. 드디어 풍선을 승천시킨다. 셋 중 둘은 보이지 않고 하나는 승천! 오늘 훈련은 여기서 접고 다리도 무거우니 구경이나 제대로 하면서 조금 천천히 가자. 올 때는 호수가 점점 좁아지더니 갈 때는 호수가 넓어진다. 저 멀리 출발점 근처의 산들이 나타난다. 4km 이정표의 부근부터 더 힘 든다. 초반에 과도하게 달리었던 탓 이제부터 보상 받는가보다. 조금의 오르막도 달릴 수가 없다. 조금 앞의 두 사람도 달리다 걷다하네. 저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 점점 남은 거리가 가까워지니 아니 갈수가 없어 가는 건가, 아니면 먹 거리가 기다리니 달리는 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거리는 가까운데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눈으로는 볼 수 없고 몸으로만 느끼는 오르막이네. 스피커에서 울리는 소리 ‘3시간 오십 몇 분’ 앞 선이의 기록이다. 나에겐 기록이 없고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한다. 땡! 03:53:34:69; 숫자 배열 참 좋다. 천천히 발걸음 옮기고 물 한 병 비우고 다시 한 병 들고 먹 거리를 찾아간다.

 

진주 마라톤. [201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