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 같이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잔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물로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물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