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 같이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잔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물로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물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 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그 미덕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밖에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 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리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을 여러 층 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아라고 이름 짓고 싶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 석축을 쌓아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을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의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최순우 선생이
저글을 쓴 때가 1952년 11월 하순이었다고 한다.
전쟁 중에 길가는 군용트럭을 얻어타고 부산에서 영주 부석사까지 문화재 답사를 가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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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개성에서 태어난 그는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재학 시절 동아일보에 시 ‘밤’을 발표했고, 곧이어 시 ‘버들강아지’도 발표했다.

그는 불과 18세의 나이에 평생의 반려자이면서 집안 가사를 온통 책임졌던 아내 박금선과 결혼한다. 그는 1935년 개풍군청 고적계 근무하면서, 고유섭을 따라 고려유적 답사를 시작했다. 한때는 호수돈여고에서 문학(조선어)을 강의하기도 했다.

해방과 함께 국립박물관이 경복궁 안에서 개관하고 최순우는 개성시립박물관에서 서기로 근무를 시작한다. 1947년 서울신문에 ‘개성 출토 청자 파편’을 발표하는데 이는 최순우가 남긴 600편의 문화재 관련 글 중 첫 편이라고 한다.1949년 드디어 서울 국립박물관의 박물감으로 근무를 시작한다.

6.25 직전에 ‘국보 특별전시회’를 개최하면서 간송 전형필을 만나게 된다. 6·25 때는 전형필의 간송미술관에 파견되어 보화각에 소장된 유물의 북송을 위한 포장 작업을 지시받았으나 이를 고의로 지연시켜 소장품들을 지켜냈다.
1952년에는 부석사 무량수전의 누수공사를 위해 방문했는데, 이때 쓴 글이 바로 그 유명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원제는 ‘부석사 무량수전’)’이다. 이후 그는 홍대, 이대 등에서 강의했고, 1957년에는 미국 8개 도시 순회 ‘한국 국보전’을 기획한다.

그는 한국미술의 역사를 2000년이라고 규정하는 글을 발표하는가 하면, 유럽 5개국 순회 ‘한국 국보전’의 유물 호송과 전시를 기획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동아일보에 전시 초상화를 해설하는 글을 연재했고, 조선일보에는 ‘고미술에 나타난 한국의 미녀’를 연재했다.

1964년 강진군에서 청자기와 가마터를 발견했고, 1966년에는 한일 협정에 따른 문화재 반환을 위해 일본에 가서 고려청자 20여 점을 환수해 오기도 했다. 이후 오사카에서 열리는 ‘엑스코 70’ 전시에 참여했고, ‘한국미술 2000년 전’ 특별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드디어 1974년에 그는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 취임한다.

관장으로 취임 후에도 그는 암사동 신석기 유적지 4차 조사를 완료하였고 ‘한국미술 5,000년 전’ 일본 개최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여 진행했다.

1976년에는 현재의 성북동 ‘최순우 옛집’으로 이사하는데, 이 집은 2002년에 최순우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금으로 집을 구입해서, 내셔널 트러스트 시민 문화유산 제1호로 등록하였다.

1979~81년 일본에서 ‘한국미술 5000년 전’ 순회전시를 하였고, 미국에서도 ‘한국미술 5000년 전’ 순회전시를 기획하였다. 이후 일본에서 ‘한국고대문화전-신라 천년의 미’ 순회전시를 하였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한국미술 5000년 전’을 순회 전시하였다.

1984년 향년 68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의 업적에 대해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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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곡 최순우는 개성 송도보통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박물관 일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고졸 학력이 전부였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관직이라는 것은 겉으로야 학력이 구애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중요한 자리는 대부분 대졸자들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박물관의 주요 직위에 대한 인사 때면 그의 후배들이 늘 먼저 승진하였고, 때로는 승진할 수 있는 자리가 비었음에도 그를 발령 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불평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개성박물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온 그는 우리의 국보와 보물을 발굴하고 탐구하고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열중했다. 그는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찬란한 문화를 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수백 편의 논문을 쓰고 신문에 연재했다. 그는 스승인 고유섭 선생이나 간송 전형필 등을 통해 우리의 옛 미술과 조각, 도자기 등에 관한 깊고 폭넓은 지식을 습득했다. 그는 이러한 지식을 후학들에게 다시 전수했다. 그들이 바로 정양모 국립박물관장, 최완수 간송미술관 실장, 강우방 경주박물관장, 풍납토성 발굴과 보전에 공헌한 이형구 박사 등이다.

최순우의 업적을 가장 단적으로 잘 표현한 것은 바로 이 책의 장정에 나와 있는 짧은 문장이다. 그의 박물관 인생은 한마디로 ‘한국박물관 100년 역사의 전설적인 이야기다.’

부석사(浮石寺)는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에 위치한 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입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의상 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화엄종의 중심 사찰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석사의 주요 특징

1. 무량수전(無量壽殿)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고려 시대(13세기)에 중건되었으며, 배흘림기둥과 맞배지붕이 특징입니다.

내부에는 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45호)이 모셔져 있습니다.

2. 부석(浮石, 떠 있는 돌)

사찰의 이름과 관련된 전설적인 바위입니다.

의상 대사가 당나라에서 불법(佛法)을 배운 후 돌아와 사찰을 창건할 때, 선묘낭자의 도움으로 떠 있는 바위가 생겨 부석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3. 화엄사상의 중심지

부석사는 화엄종의 근본 도량으로, 한국 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신라 시대부터 고려, 조선 시대까지 꾸준히 중창되며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4. 멋진 경관

사찰이 산 위에 위치해 있어 소백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빼어나며, 해 질 녘의 풍경이 장관입니다.

부석사는 한국 전통 건축과 불교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역사적인 명소입니다. 방문해볼 계획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