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건네며
산골의 草童이라 문자 깨우침이 늦어 국민학교 방학 숙제 일기 쓰기 한 줄도 채우지 못해 글쓰기는 우주의 끝자락 소행성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먼 것으로 여겨져,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
세월이 흘러 나이 먹어, 많이 걷고 많이 달려 많이 보게되어, 눈에 그려진 그림을 글자로 풀어 친구 나 지인들에게 e-mail로 보내곤 했는데, 그걸 고이 모아 두었던 세분이 되돌려 보내면서 책으로 하시기에 세분의 정성이 고마워서 한권 엮어보기로 하였습니다.
형클어진 실타래 같은 자료를 바로 잡고 책의 모양으로 편집 해 주신 세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길에서 만나 30 년을 같이 걷고, 함께 달리고, 석자 앞에 떨어진 번개 냄새 나누어 마신 8 일 차이 동갑 내기에게 많은 고마움을 드린다.
메일을 돌려 주신 세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2022 년 3 월
김원조 드림
가볍게 달리자
중앙서울마라톤 2012.11.04
‘11월4일은 어쩌나’ 미리 했던 걱정. 그날이 오늘 지금이다. 달리기 차림을 하고 광장 한
귀퉁이에서 준비운동을 따라 하면서도 마음은 오락가락, 보따리 찾아 돌아갈까. 왼쪽발등의 통증 느낌이 시원찮으니 게다가 짙은 안개로 찌뿌둥한 날씨에 기분도 착 가라앉고 달리고픈 마음이 일지 않아 저울질 계속하며 무리 따라 출발 대기 장소로 이동한다. 아직 기회는 있다 하루를 편안하게 보내는 선택의 순간은 짧아간다.
08:00시 출발 신호 따라 축하 불꽃이 치솟고 풍성이 꼬리 이어 올라가네. 앞쪽이 움직이고 따라 움직인다. 무의식중에 앞 사람을 따른다.
지난 10월 27일 조선일보춘천마라톤대회에서 얻은 오른쪽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의 뭉침이 완전히 가벼워 지지 않았고 발등의 통증역시 남아있는 상태에 주중에 달린 거리가 고작 2.5km뿐인 훈련 부족으로 완주가 걱정되나 이웃 나라 정형외과 의사인 마라토너의 ‘달리면서 얻은 부상은 달리면서 치료하라’는 처방대로 달리면서 치료하고 결과를 기다려 보자.
온몸의 신경을 발등과 오른쪽 종아리 근육에 집중하며 일정한 속도로 이어간다. 뻐근한 느낌이 5km 쯤 지나니 한결 가벼워져 모르는 사이에 빨리 달려 1km 정도 앞섰던 풍선의 무리와 같이 한다. 같은 속도로 15km지점 근처까지 달렸다. 아직은 앞선 풍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여도 종아리 느낌은 그대로다. 쥐란 놈이 근접 못하게 경계하면서 주의의 풍경과 옆의 달리미에게는 하나의 관심도 두지 않고 발등과 종아리에만 신경 집중이다.
25.5km의 반환점 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약간의 오르막을 살금살금 오른다. 아직은 반대편주로를 달려오는 이들이 많다. 30km 쯤 지나니 조금느낌이 무거워진다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고 나를 앞서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난다. 지금까지 잘 달렸다
이것으로 오늘은 만족해야겠다.
느리게라도 끝까지 쉬지 말고 달리자. 종아리 근육의 느낌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며 남은 거리 줄여간다. 38km 지나 탄천교 오르는 길 걷는 수준으로 달린다. 다리 중간쯤 39km 표시판 거의 왔다는 생각인데 다리 끝나는 부근의 좌로 꺽이는 가파른 곳 물굽이 경사도 급하여 조심스레 발걸음 옮기는 찰라 간에 찾아드는 통증 ! 제자리 STOP ! 난간에 기대어 숨 조절하고 내리막길 걷는다. 종아리 눈치 보며 살금살금 가다 조금씩 빠르게 좌로 돌아 얼마 가니 40km. 마지막 급수대 그냥 지나친다.
20초 지체하는 대신 1km 당 10초씩 느리게 가자는 마음으로. 여기서도 간혹 한사람 두 사람씩 앞서는데 도로 가운데 한 분이 누워있다 다 왔는데 안타깝다 회복되어 다시 달려올 수 있겠지 그놈의 기록이 뭔지 그에 홀려 무리하다 얻는 보상, 이러는 나도 남 말할 처지는 못 되지.
종합운동장 남문 통과 양편의 많은 분들 전부 나를 이상한 눈빛을 보내는 것 같다 힘들어 하면서 왜 저 짓거리를 하느냐고 누군 하고 싶어 하나 하니까 하는 거지. 주경기장 입구, 안쪽의 트랙엔 앞선 주자들 줄지어 달리고 있다 트랙을 밟는다.
느낌이 좋다 약간 빨라지는것 같다. 제발 마지막까지 통증이 갑자기 달려들지 않기 바라며 돌 때는 느리게 직선 주는 빠르게 머리 굴리며 달려 삑 ! 찍 ! 소리 듣는다. 오늘 작품 성공이다.
이웃나라 의사이면서 달리기하시는 분 ‘달리기 부상은 달리면서 치유하라’는 말씀대로 지난주 대회 부상 오늘의 달리기로 치유되었길 바란다.
내 마이 내 몸에 간절히 부탁한다.
2012.11. 04.
김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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