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사범

손수영 수필집 -사람에 취하다-발간

고향길 2024. 6. 22. 13:38

2016. 10.29
2024. 06.22

수필작가 손수영

수필집 '사람에 취하다' 출간을 축하합니다

학창시절 문예반에서 활동하던 친구가  이제 한국의 중견 수필 작가가 되어  수필집 '사람에 취하다' 를 출간하였다.

귀한 선물을 우편으로 보내와 감사와 존경하는 마음으로  받았다.

진사19기 친구 모두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가루분 소묘에서 부터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며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며 수필을 감상한다.

2016년 10월 29일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수필부산문학회 회원이도 한  작가는
지난번 '세 친구의 시와 수필집' '그 많은 날들'에

이어서  '사람에 취하다' 수필집을 출간하였다.

표지화  백광덕
표지제호  박영희

'육일문화사' 인쇄


사람에 취하다  

사람이 좋습니다. 대놓고 좋아합니다.

좋은 사람, 잘난 사람, 톡진 사람, 얄상한 사람, 못난 척하는 사람, 뒤끝 있는 사람, 까칠한  사람, 팩하는 사람 등등. 안 좋은 사람이 없습니다.

잠시 속상할  뿐. 상처는 곧 아물니다. 사실 이 시점에서는 상처라는 것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생긴 그대로의 그 사람이 좋을  뿐입니다.  
사람에 취해 살았습니다. 살아오면서 나쁜 사람을 만나지 않았기에 가능했겠지요. 그게 어딥니까. 그만큼 내가 복이 많다는 풋  아닐까요. 젊었을 땐 복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언니, 내가 늙었나봐. 문자언니처럼 편한 글이 좋아. 언니도 편하게 쓰면 안 돼? 추영아, 사람이 늙는 게 아니라 익는 거라잖아  나는 인간이 설 익었나봐, 아직 속이 끓어오르고 있어.  열정이 식지 않았다, 라고 번명은 했지만 사실 동생의 따품한 충고에 뜨끔했습니다,  저는 언제쯤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밝은 눈과  맑은 심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언제쯤 고등한 정신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생애 처음으로 나 혼자의 첫 글 집을 냅니다. 미숙한 건 물론이고  오래 묵혀두었던 고리짝적 글이라 좁체 용기를 내게 하지 않았습  니다.

지난번 문자, 영희와 함께 출간한 그 많은 날들엔 그들에게 얺혀갈 수 있어서 마음 내기가 수월했는데요. 묵은둥이 글이다  보니 요즘 시절에 맞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라는 것이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더군요.  눈 딱 감고 용기를 냅니다  

이 글 집을 내기까지 마음을 써 주신 여러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표지그림을 그려주신 백광덕 선생님, 표지제호를  써준 친구 박영희, 그리고 채근하고 닦달하고 애달아하던 원광여  에게 고마움 전합니다. 미국의 남동생과 올케에게도 고마움 전합  니다.

그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했거든요. 내 동기간으로  이 세상에서 연을 맺게 된 걸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는지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남편과 어머니에게 하나의 촛불로, 그리고 이 한 권의 글 집으로 고맙고 고마운, 애절하고 애절한 마음을  정성 들여 바칩니다. 그 분들 아니었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을까요. 무엇으로 글을 쓰며 사는 듯이 살았을까요.

어머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엄마가 가장 잘한 일은  동생 추영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거라고  인연이었던 악연이었던 어떤 형태로든, 나와 연이 닿았던 모든  사람들이 복되게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2016년 8월   한여름  
평촌에서   손수영

손수영

손수영  

-[문예시대]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부산문학회 회원  
-세 친구의 시와 수필집  (그 많은 날들)


주 소
경기 안양시 동안구 흥안대로249번길 18  
502동 802호 (호계동,샘마을우방아파트)  
연락처 010-8536-0556  E-mail _ ssy3309@hanmail.net  


8월의 바다

손수영  글

8월이 팔팔 끓는다. 바닷가의 모래도 팔팔 끓는다. 팔팔 끓는 8월이 없다면 바다는 무슨 맛으로 살까보냐. 8월 또한, 바다가 없다면 무슨 멋으로 살까보냐. 8월과 바다는 서로를 추구하며 넘실거리지 않는가. 그들의 넘실대는 춤으로 우리는 아직도 젊음을 소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막같은 뜨거운 모래톱에서 춤춰야겠다. 힘차게 뛰는 염통의 모습으로 춤을 추며 도처에 넘쳐나는 젊음을 한껏 껴안아 볼 요량이다. 나는 8월생이므로 바다와 태양속에 함몰 될 준비가 되어있다.

8월의 바다, 그는 내젊음이었다  보헤미안의 방랑성을 닮은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그러나 방랑성향만 닮았을 뿐 결코 습속을 무시할 만큼의 배짱은 없는 그였다. 방랑에 대한 꿈이나 자유에 대한 갈망은  그의 속살에서 꿈틀거리기만 할 뿐. 그래서 그런지, 그는 늘 바다  를 찾았다.

그의 부아가 괜한 바람에 부풀었을 때에도, 그의 애간장이 바위 같은 암에 짓눌림을 당했을 때에도 그는 절벽 위에 서서, 거품을 물고 하얗게 달려드는 파도를 보며 포효했을 뿐이었다.  그러할 때 그의 가습속은 어쩌면 후런했을 것이다. 아니, 그냥 그  상태 그대로일 뿐인 대책 없는 현실에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현실이라는 것이, 지신의 욕망을 제대로 채워주기엔 너무 소가지가 좁아터지고 속임수 포한 백단인데다가 희망을 주거나 빼앗는,  밀고 당기기의 명수가 아니던가  바다는 때때로 음악이 되어 그를 후려잡기도 했다.
8월 바다의  물결은 베토벤의 비창처럼 비장하기도 하고 또한 황제처럼 폭풍  감동을 끌어다 주기도 한다.  

어느 땐, 변화 없는 일상이나 마찬가지로 단순운동의 범속함을 드러내지만 바다가 어디 그리 만만하던가.  
잠재된 물량의 힘은 신의 역량 너머로까지 힐끔거릴 때도 있었다.  
우리는 가끔 성난 바다가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일어서서 침략군이  되어 몰려오는 경우를, 두려움에 떨며 볼 때가 있던 것이다.

범속함이야말로 비범함보다 더 우위에 선 행복임을 그때서야 깨단는다.  그는 망망대해의 영원한 방랑자가 되었다. 만선에의 출범을 꿈꾸고 확연한 의지의 돗폭을 펄럭이며 마스트에 영혼을 꽃던 그를  내 곁에 두었었다는 것이 과연 나에게 행운이긴 했을까. 일찍 내  것을 잃는 슬픔과 내 손이 미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절망감으로  자존심을 휴짓조각처럼 구겨버렸기에 그러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의 바다는 사랑을 알게도 했지만 또 자존심을 잃게도 했다.  자동차들이 꼼짝 못 하고 업디어 있는 그 주말의 서부산 1C 부근 은 바로 팔깔 끓는 8월의 바다였다.  뜨겁기만 한 사막처럼 삭막하기조차도 했다.  그러한 낙동강 하류 김해 주변의 아스팔트에서 증발되어 오르는 열기 속 저쯤에 내려않을 듯 내려않을 듯, 하얀 손수건이 너울거린다. 뜻밖이다. 어디서 온 것일까. 갈배기처럼 너울거리는 하얀 손수건은 어쩌면 그의 혼백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  눈은 고 하얀 손수건을 끝없이 좋았다.  

넘실대는 바다를 닮은 그는 너무 무더운 8월을 견디고 건디다가  결국 하얀 손수건만 남기고 나를 떠나지 않았는가. 그런데 아스팔트 위의 그것은 하얀 손수건이 아니었다. 하얀 손수건 같은 하얀  갈매기였다. 하얀 갈매기의 너울거림이 하얀 손수건으로 비쳤던  건 잠시 잠깐 깜박 정신 줄을 놓고 그를 그리워한 내 영혼의 몽환 적 유영일지 모른다.  

팔팔 끓는 8월을 견디기엔 열아홉 평 공간은 그와 나에게 있어서  무서울 정도로 뜨거운 사막, 그 자체였다. 그와 나의 공간은 사막의  순수함은 물론 사막의 폭력성 또한 그대로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단순하고 무정한 베두인족처럼 우리는 뜨  
겁고 건조한 사막을 견디며 우리의 인생을 증오했다. 그래도 그 증  
오를 키우기엔 우린 너무 인간적이지 않았을까.  

그와 나는 8월을 견디기 위해서 사막을 종종 탈출하던 것이다.  드디어 찾아 낸 곳이 다대포 바닷가다. 거기에서 본 아름다운 하얀 갈매기.  
그 갈매기는 동해안에서 본 도전적인 회색 갈매기와는 다르게 희고 여렸다, 그 갈매기는 그와 나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었다. 우린 드디어 사막을 탈출하는 방법을 알아내고야 말지 않았는가.  우리는 이 잔인한 인생을 그냥 그대로 사랑하자고 합의를 본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 그 잠시 잠깐일 뿐  

진청색을 풀어놓은 듯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열정의 춤을 추고  난 후에 왈각왈각 사발째로 들이키던 냉커피 맛처럼 달콤 쌉싸름  하기도 하다. 오히려 사이다 맛처럼 상쾌하기까지 하다. 8월은 바다가 있기에 사랑을 시작하고 바다는 8월이 있기에 감추었던 격정  을 털어 낼 수 있다.  

8월과 바다의 통정은 비릿한 기억과 알상한 아품과 후줄근한 추억을, 가슴 한구석에 어느 여인숙의 낡은 이불처럼 개커두기도 할  것이다. 뜨겁던 정염의 한때는 여름의 끝을 알리는 스산한 비가 되어 추적거리며 거리를 적실는지 모른다. 스산한 비가 추적거리는  여름의 끝 즈음에 나는 그 뜨겁던 기억을 찾아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 해 여름의 어이없는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6인의 입원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그래서 껴안고 함께 누워 보내야 했던 병상에서의 하룻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바다의 격정을 닮은 그가 영원한  보헤미안이 되어 내 곁을 떠나던 그 시간, 나는 너무 무덤덤하지  않았던가. 이 후회가 언제까지 내 가슴을 후비며, 날 보란 듯 휘날  릴 것인가. 방랑의 길을 떠나는 그에게 걸맞는 의식을 행하지 않았던, 무척추 동물 같은 나 자신을 잊기 위해서라도 나는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다.  

8월의 바다에는 내 경박한 젊음이 출렁거린다. 내가 있는 한 나의 8월은 언제나 되돌아오고 되돌아올 것이고 그리고 끝임없이 출렁이는 바다를 그리워할 것이다. 들쑤시는 후회가 깃발이 되어 영원히 펄럭거릴지라도.


감상

이 글을 읽고 느낀 첫 감정은 후회와 회한입니다. 화자는 과거의 어떤 순간, 특히 중요한 사람과의 이별 순간에 적절히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후회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 후회는 마치 깃발처럼 계속해서 화자의 마음을 휘저으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또한, 그 후회를 잊기 위해, 혹은 그 후회를 마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결심하고 있습니다.

글의 분위기는 감성적이고 내면적이며, 화자의 감정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바다의 격정을 닮은 그'와 '내 경박한 젊음이 출렁거린다'는 표현에서 강한 감정의 동요와 젊음의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 감정과 생동감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맞물려 있습니다. 화자는 이 후회를 '들쑤시는 후회'라고 표현하며, 그 후회가 영원히 깃발처럼 펄럭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화자의 내면에서 후회가 끊임없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작가의 배경에 대해 추측해보자면, 이 글의 작가는 젊은 시절의 뜨거운 감정과 그로 인한 후회를 경험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특히, 작가는 바다를 중요한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바다는 격정과 젊음을 상징하기도 하며, 동시에 무한하고 변하지 않는 것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징성은 작가가 겪은 감정과 후회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과거의 후회와 화해하고자 합니다. 이는 여행이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치유의 과정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작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다시 찾고, 새로운 시각으로 과거를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이 글은 과거의 후회와 그로 인한 내면의 갈등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그 후회를 극복하기 위한 여행을 결심하는 한 인간의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감정의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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